요즘 단편 애니메이션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. 영화 한 편 보는 데 평균적으로 두 시간 정도. 그 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약 10분 내외의 단편 영화를 추천한다. 특히 애니메이션은 그 성격상 직관적이고 환상적인 면이 강해서 기분을 환기하기에 참 좋다고 생각한다. 다음은 내가 재밌게 본 단편 애니메이션 몇 편이다.
1. 양지의 시
오츠이치의 '양지의 시'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13분 정도의 러닝타임.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인데 분위기가 잔잔하고 섬뜩한 면도 있고.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한 로봇이 '죽음'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나타낸 영화이다.
잘 알려지지 않아서 찾아보기 힘든데, 이건 정식으로 나온 애니메이션이 아닌 건지 DVD도 없고 영상자료원에도 없다. 유투브에도 없다. 내가 영화 제목을 잘못 알고 있는 건지, 아무튼 이 애니메이션은 수년 전 어쩌다 우연히 보게 된 것이어서.
'너는 죽음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어' 라는 대사가 인상깊다.
2. 아버지와 딸
감독 마이클 두독 드 위트
러닝타임은 8분 정도. 아버지에 대한 딸의 그리움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다. 2000년에 만들어져서 온갖 국제 애니메이션 상을 휩쓸고 다녔다고 한다. 무성애니메이션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, 오래전에 보아서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. 절절한 그 감정이 깊게 다가와서 한동안 몇 번이고 돌려봤던 기억만은 확실하다. 기약없는 기다림은 그게 무엇이 되었든 참 힘든 일이다.
3. Nuggets
감독 안드레아스 히카데
2014년에 나온 애니메이션이다. 러닝타임은 5분정도로 매우 짧다. 던지는 메시지가 명확하고, 화면도 스토리도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이다. '중독'을 주제로 한 영화인데, 우리가 무언가에 중독되어가는 그 과정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. 달콤하다고 막 먹다가는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영화. 동화적으로 표현해서 더 섬뜩하게 다가왔던 애니메이션이다.
4. 미스터 허블롯
2013년에 나온 러닝타임 10분 내외의 영화이다. 무엇보다 영상이 너무 예뻐서 좋았다. 나는 유독 이런 느낌의 세계를 좋아하는 것 같다. 뭔가 아늑하고 신비롭고 그렇다. 처음 5분가량은 도대체 이게 무슨 영화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,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. 편안하게 보면 된다. 한 남자가 길거리에서 추위에 떠는 개를 보고 연민이 들어 그 개를 주워다 키우는 내용이다.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본래 특별한 이유가 없는 법이고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내어줄 수도 있는 노릇이다. 나도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참 따뜻하게 감상한 영화이다. 물론 내가 미스터 허블롯이 아니라서 속상하기는 하다.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준다는 그 하잘것 없는 약속이 내가 사랑하는 그 동물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, 나와 함께 한 세월 중 단 한 순간이라도 행복했었으면 좋겠다.
5. 알마
2009년에 나온 러닝타임 5분내외의 짤막한 단편 애니메이션. 장르는 너무나도 명백히 공포. 어느 한 소년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발견하고 그 가게에 들어가면서 일어나게 되는 일을 그린 영화이다. 중간에 자전거를 타고 도망가려는 그 소년이 참 인상깊다. 약간 팀버튼의 향기가 나기도 하고. 장편화한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확실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.
이건 알마의 컨셉아트라고 한다. 그 인형가게에서 파는 인형들이겠지. 알마가 빨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이 되길 바라고 있을 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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